"에르마노, 이제 그만 포기하는건 어떤가." 
"좆까, 늙은이" 

제 앞을 내지르는 주먹을 쳐다보지도 않고 피하며 저를 쳐다보는 애송이의 눈빛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삼십여분 가까이 계속된 다수와의 대치에 여유로운듯 입꼬리를 올리고 있지만 지친 기색은 역력한 것이 보였다. 꾀죄죄한 사내놈의 몰골인데도 불꽃이 피어있는듯 살아있는 소년의 눈빛은 어째선지 제 아랫도리를 뻐근하게 했다. 왜 아무도 소년에게 알려주지 않았을까? 소년의 저 눈빛은 아주 위험하다고.

동시다발적으로 날아든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소년의 고개가 돌아가고 이내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내곤 달려드는 소년에 입가는 터진듯 붉었다. 퍽 섹시해보이지만 소년의 몸에 남은 다른 이의 흔적은 불쾌한 것이라 쯧, 하고 혀를 찼다. 

: 나는 되도록이면 흠집이 없이 자네를 가지고 싶네. 

소년을 둘러싼 이들에게 들리게끔 건낸 말에 그들은 멈칫거렸고 그 모습을 본 소년은 어이없다는 듯 웃고는 저를 보며 손가락을 들어 제 머리께로 가져가고는 빙글 돌렸다. 그 모습마저도 귀여워보여 고개를 저었다. 

무대에 오를 시간이었다. 소년의 무대를 바라보며 제게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참을성이 없는 저에겐 좀이 쑤시는 일이었다. 소년에게 다가가 내뻗는 팔을 꺾고 오금을 걷어찼다. 너무도 쉽게 제압당한게 분한 모양인지 무릎을 꿇린 채로 아랫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섹시해 이 자리에서 눕혀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소년의 이런 모습을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 보인다고 생각하니 상상만으로 기분이 나빠져 소년을 둘러싼 이들에게 눈짓으로 퇴장을 명했다. 그들이 모두 무대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확인하곤 나는 둘만의 2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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