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는 지금 고민에 빠져있었다. 제 눈앞에 있는 민호의 가슴팍을 주물대면 어떤 느낌일까? 연한 데님셔츠 아래에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소리치듯 서있는 유두를 보니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뭔가 한참을 이야기를 하던 민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져 의아함에 고개를 들자 민호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싶더니 인상을 찌푸리고 저를 바라보기에 토마스는 자신을 살폈다. 그제서야 토마스는 제가 저도 모르게 민호의 가슴에 손을 얹어 주물거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 이 똘추가!
: 억!
토마스는 이 순간 진심으로 자신의 순발력에게 감사했다. 급소를 피하는게 고작이라 허벅지를 차이긴 했지만 민호가 노린 곳을 맞았다면 자신은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리라고 생각하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허벅지라 해도 글레이더 중 가장 강하다는 러너, 그것도 치프러너에게 발로 채인 것은 고통스러웠다. 허벅지를 부여잡고 고개조차 들지 못할 만큼 아파서 토마스는 눈가에 눈물을 달고는 민호를 바라봤다. 그 울먹이는 눈빛에 민호는 순간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처럼 굴었다. 눈높이를 맞춰 토마스를 바라보던 민호가 입을 열었다.
: 많이 아프냐?
: 으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거야? 흐으..
: 아니 그러기에 누가..
: 으으..
결국 고인 눈물을 뚝하니 흘려내는 토마스를 보며 민호는 고개를 숙였다.
: 미안해, 토마스.
고통은 많이 가셔가고 있었지만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민호가 잔뜩 풀이 죽은 채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자 토마스는 마음이 불편해져 장난스레 웃었다.
: 민호.
: ...
: 미안하면
: 뭐?
: 뽀뽀해줘
: 하?
: 뽀뽀해줘
딱 하고 민호가 토마스의 뒷통수를 쳤다.
: 어디서 수작이야
: 수작이 아니라 진ㅉ..
진짜 아프다고 투덜거리려던 토마스의 볼에 민호는 눈을 질끔 감고 입술을 가져다댔다. 자기가 요구하긴 했어도 민호가 정말 해줄거라고 생각도 못한 토마스는 입이 떡 벌어져 민호를 멍하니 바라봤고 그 모습이 퍽 우스워 민호는 픽하니 웃고는 뒷모습을 보이며 달려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제서야 상황을 인지한 토마스는 화르륵 타오른 얼굴로 민호를 따라 달렸다.
: 민호! 같이 가!
허벅지 탓인지 어그적 거리며 달려가는 민호의 뒤를 따르는 토마스는 모르리라 민호의 얼굴 역시 붉어졌다는 것을.